2023년 03월 07일
열네번째 노래의 이야기 - (14)
2주 전에 정말 오랜만에 어떠한 알고리즘에 의해서 Bow Wow 의 Let me hold you 라는 노래가 유튜브에 떴었다.
이 노래와 관련된 스토리가 있음에도 왜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결국엔 다시 찾았으니까 그걸로 만족한다.
Bow Wow 가 처음 메이저 씬에 데뷔했을 때 꼬맹이가 데뷔한다고 실력적으로도 부족하다고
많은 억까를 당했었지만 이 노래로 굉장한 히트를 치고 인정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사랑 노래라고 여전히 내려치는 사람들은 많았었지만.
그치만 나는 이 노래가 정말 좋았다. 특히 뒤에 깔리는 멜로디는 단순하고 어떻게 보면 지루할 정도로
똑같은데 비트와 퍼커션등을 잘 조절해서 지루하지 않게 그리고 달달하면서도 신나게 만들었다.
이 노래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에 이 노래를 통해서 좋아하는 여자애 한테 고백을 했었던 기억이다.
발라드나 팝이 아니라 왜 랩으로 고백을 했냐고 묻는다면
그냥 그때는 진짜 랩 자체가 너무 좋았고 이 가사가 좋았다.
그리고 그 친구도 힙합을 좋아하기도 했었고..
방에서 혼자 이 노래를 시디플레이어로 계속 반복해서 들으며,
가사를 프린트해서 손에 들고 계속 따라 부르면서 외우고 외워서
썸을 타고 있던 친구에게 고백했다.
어차피 나는 그 당시에 고등학교 졸업을 위해서 1년만 학교를 다니러온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온 한국인 남자였을 뿐이지만
옆 집에 다른 학교를 다니던 친구는 그런거 신경 안 썼고
같이 노는 것으로도 즐거웠다.
학교에서 훈련이 끝나고 돌아오면 가방과 장비들을 방에 던져놓고
호스트 가족에게 인사만 한 뒤 바로 마당의 농구장으로 나가서
농구를 하고 있으면 앞 집에서 그 여자아이가 뛰어나왔다.
같이 농구도 하고 다른 여러가지 놀이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동네 여기 저기 농장도 다녀오고 목장도 다녀오고
그랬었다. 걸어가면서 이어폰을 나눠 끼고 음악도 듣고
나중에 사귀기로 하거나 고백하기도 전부터 이미
마치 연인처럼 달콤하게 지냈었다.
이기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 친구가 이해심이 많았던건지 모르지만
정해진 기간만 있기로 했던 나였는데도
그 친구는 내가 떠나기 전까지 그리고 떠나고 나서도 많이 신경써줬다.
그리고
정말로 떠나기 한 달 전에 적어도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열심히 연습하여 내 마음과 같이 전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좋다고 했었고 알겠다고 했으며 또 동시에 눈물을 흘렸었다.
내가 그 때 할 수 있던건 그저 안아주면서 다독이고 진심이라고 얘기하는 것 뿐이었다.
웃는게 예쁜 친구였고 ADHD가 있다고 하지만 그 친구가 ADHD인줄 모를 정도로
성격도 밝고 시원하고 배려심있다고 생각했다. 뭔가 나와 놀거나 얘기하거나 같이 있을 때에
집중도 잘해줬고 얘기도 많이 하고 들어주었다.
그 때의 내겐 누구보다도 예쁜 사람이었다.
마지막 날이 다가와 공항으로 떠나기 전에
그 친구가 내게 선물을 주며 안아주고 키스해줬었다.
한국에 돌아가서 뜯어보라고 했었고 나는 약속을 지키려고
한국에 와서 뜯어봤다.
그동안 나와 그 친구가 함께하면서 찍었던 사진들과 함께
날짜, 장소, 했던 일들을 앨범으로 만들어서 준 것이다.